토론토에 도착하고 나서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고 제가 진정 살아있는 기분을 느낍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해외생활인지라 너무나도 들뜬 기분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입국 심사할 때 잔뜩 겁도 먹었고, 이제 정말 되지도 않는 영어로 혼자 살아가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울컥 눈물이 날 때도 있었지만, 그것보단 기대감과 설렘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시차 적응이 2주가 지나도 안 되어서 한참 고생했지만 학원에서 열리는 액티비티도 참여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파티도 즐기면서 이 곳 문화가 어떤지 빨리 파악하려고 애썼습니다. 다니고 있는
학교는 사실 한국인, 일본인, 사우디인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문화적으로 약간 보수적인 면이 없잖
아 있는 느낌이었지만, 한국인들이 많을수록 교육 수준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는 바입니다. 영
어를 참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말로 내뱉으려고 하니 한국어와는 전혀 다른 문장 순서
때문에 머리 속에서 한참을 정리해도 입으로 잘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 동안 제가 얼마나 영어 공
부를 우물 안에서만 하고 있었는지 깨달아서 자책도 많이 하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홈스테이는 정말 이렇게 잘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이 너무 좋은 곳이었고, 다른 학생들과
는 달리 매일 샌드위치를 주지도 않는 정말 한국적인 필리피노 가정이었습니다. 비록 맛이 조금 다
르긴 하지만 (하하) 캐나다에서 그렇게 비싼 김밥도 만들어 주셨고, 말하지 않아도 김치나 밥은 항
상 구비되어 있습니다.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저와 같은 학생이 한국인 2명이 있는데 한 명은 저보
다 나이가 많고, 한 명은 어린 동생입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두 분 다 저를 많이 반겨주어서 쉽
게 친해졌습니다. 우리 세 명 다 경상도에서 온지라, 사투리부터 사고방식까지 너무나도 비슷해서
정말 친자매처럼 하루 동안 있었던 일, 고민거리 등 수다도 떨고 서로 집에 늦게 들어오면 전화로
걱정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또, 목적이 모두 영어 실력 향상이었기 때문에 서로 영어 공
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도 하고 답도 해주면서 상부상조하고 있습니다.
처음 타지에서 맞이하는 생일도 모두들 잘 챙겨주어서 캐나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직 영어로 말하는 것이 그리 익숙치 않아 몇 개 문장은 달달 외워
서 인터뷰를 보기도 했는데 인터뷰어들이 다들 제가 외국인임을 아는지라 더듬거려도 별로 신경 쓰
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되도록이면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 애를 많이 썼는데, 인터뷰하
러 찾아간 회사가 막상 그런 회사가 아닐 때에는 당혹스러워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어디서 어
떤 일을 하든 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마음먹고 나서부터는 모든 인터뷰에 성심 성의껏 임했습니
다. 인터뷰에서 몇 번 고배를 마신 뒤 가까스로 적십자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
다. 다음주쯤 오리엔테이션을 가질 예정으로, 본격적인 업무 내용을 기록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