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적십자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아직 인턴십을 시작한 상태가 아니라, 업무에 대한 얘기는 자세히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몇 번 보긴 했지만, 배워도 늘지 않는 영어에 대한 슬럼프와 고국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고배를 마시기도 했고, 학원을 다니면서 꿈 같은 나날을 보냈던 2달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실 때문에 괴리감을 느껴 방황도 하느라 일자리가 조금 늦게 잡혔습니다.
인터뷰는 생각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치러졌고, 아무래도 어려운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단체인지라, 인터뷰어도 제가 버벅 대도 웃으면서 응답해주셨습니다.
저번 주 오리엔테이션을 갔을 때, 5~6명 남짓한 원어민들과 같이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듣긴 했지만 아직 실무를 해본 게 아니라서 감은 잘 안 오네요. 하지만 모두들 친절했고, 다른 모든 원어민들 사이에서 저 혼자 외국인인 탓인지 많이들 관심 가져줘서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하게 될 일은 간단한 서류 업무와 푸드 뱅크의 음식을 분류하여 3일간의 음식이 필요한 클라이언트들에게 제공하는 일입니다. 처음 업무 설명을 듣고, 실전처럼 연습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난생 처음 보는 음식도 있었고, 클라이언트들 한 명, 한 명 필요로 하는 음식들도 다 달라서 꽤나 골치가 아팠습니다. 300명 남짓한 클라이언트들 중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고, 글루틴-프리 음식만을 먹어야 하는 중증 알레르기 환자들도 있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만약 제가 꼼꼼하지 못하게 일을 처리하여 제가 분류한 음식들 때문에 클라이언트들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등줄기부터 오싹해 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푸드 뱅크에서 일하는 것 이외에도 간단한 서류 업무도 하기로 했는데, 이는 저처럼 적십자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서류를 자격이나 지원분야 별로 분류하고, 적십자에서 강의하는 CPR 교육에 대한 지침을 작성하는 일입니다.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벌써 걱정부터 앞서지만, 끈질기게 물어보고 배워, 완벽하진 않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한국 학생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3주 뒤에는 더욱 자세한 업무 절차와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을 상세히 기록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