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을 한지 꼭 3주가 되어갑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매일 하는 일이
아니라서 회사 사람들이랑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을까봐 걱정 했었는데 꼭 그런 것 만은 아니었습
니다. 저랑 같이 일하는 저보다 어린 사람들도 제가 유일한 외국인이니 신기해서 이것저것 많이 물
어봐 주고 상사 분들도 농담처럼 묻지만 진심으로 제가 캐나다 생활을 잘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십
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제가 하는 주된 일은 적십자 푸드뱅크에 등록되어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
게 본인들의 기호와 기타 앓고 있는 질병 등에 따라 공산품을 나누는 일입니다. 1인 가정, 2인 가
정 혹은 대가족 등의 300가구가 넘는 캐나다 전 지역 국민들을 상대로 3일에 한번 씩 가정에 방문
하여 음식과 위생용품 등을 나눠주는 일인데, 제가 몰랐던 희귀한 병들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있
고, 처음 보는 신기한 물품들도 많아서 새로운 기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각 가족 구성원이 어떠한 질병을 갖고 있는지, 어떠한 특이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서 병명 등도 영어로 알아야 하고, 친숙하지 않은 영어 이름들도 웬만큼 익숙하게 만들어놔야 했었
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물품이 어떤 선반에 있는지 몰라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고생을 좀 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그것 어디에 있다고 가르쳐 줄 수도 있을 정도
가 되었습니다.
하루는 서류 작업 후 생긴 폐지 등을 정리하는데 박스 등이 너무 많아서 제가 다 분리해서 재활용
으로 수거해 갈 수 있도록 카트에 실어놨더니 꼼꼼하게 일을 잘하고 아무도 안보는 부분까지 세심
하게 신경쓴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사실 주된 업무가 물품 분류와 재고 정리인지라 이렇다 하게 전공과 관련이 있고 전문적인 그런 일
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많이 친해질 수 있고, 적십자가 봉사 단체이다 보니 진심으로 천사 같은 사
람들을 알 수 있게 되는 되어 제게 얼마나 큰 자산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