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고, 그 결과에 조마조마해 하던게 몇일전 일 같은데
어느새 일을 시작한지 한달하고도 반이 넘어가고 있네요.
저는 현재 Canadian RED CROSS, 캐나다 적십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적십자는 medical equipment loan service를 실시하는 곳입니다.
캐나다시민이라면 누구든지 의사의 처방전만 가지고오면 무료로 의료기구를 빌릴수 있습니다.
밴쿠버에는 의료기구를 대여하는 적십자지점이 써리, 버나비, 화이트락 등등 총 10군데 있는데
저희 Vancouver지점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고 바쁘다고 합니다.
12시 30분에 일찌감치 문을 닫는 다른 지점들과 다르게 저희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한 주내내 4시까지 운영됩니다. 저는 월~금 오전 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일하구요.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정직원 세분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순수 자원 봉사자들입니다.
요일별로 다른 봉사자들이 오는데, 오전 오후타임에 오시는 분들이 또 달라서 UBC(밴쿠버의 명문대학) 학생부터 시작해 의사, 변호사 등등 다양한 사람들을 매일 만날 수 있어 이 점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매일 새로운 손님들이 셀수도 없이 찾아오기에 각종 인종,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하루가 온통 영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곳에서 하는일은 크게 다섯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손님들을 직접 마주하는 FRONT DESK업무, 새로 빌려준 의료기구나 돌아온 기구 그 밖의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DATA-BASE업무, 기구를 살균, 세척하는 CLEANING, 씻어진 기구를 정비하거나 고장난 기구를 수리하는 REPAIR, 손님들께 대여되기 전 기본정보를 체크하고 번호를 매기는 NUMBERING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반 자원봉사자들은 처음 지원한 하나의 파트에서만 일을 하지만 저는 인턴쉽인지라 FrontDesk, Data-base, Numbering 이 세 가지를 유동적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을때는 Frontdesk에 서는 것이 무서워서 다른 일을하며 슬쩍 발을 뺐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제법 잘해나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자원봉사자 분들 대부분이 무척 친절하시고, 제가 영어공부를 위해 여기 와있는걸 아시고 일하는중에 시간이나면 일부러 얘기를 걸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끔씩 너무 바쁠 땐 점심을 십분만에 해치우고 하루종일 일하다 녹초가 될 때도 있지만 그 점만 빼면 별로라고 생각되는 점은 전혀없는 곳 인것 같습니다. 사실 녹초가 된다해도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뿌듯해서 그점이 크게 불만스럽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이번주에는 새로운 인턴학생들이 몇 명 들어와서 제가 선배노릇을 하고 있는데, 불과지난달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던 제 모습이 떠올라 우습기도하고 사람의 적응력은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덧 한국에 돌아갈 날이 한달후로 다가왔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8월말에 한국에서 그동안의 시간을 돌이키며 최종보고서를 쓰도록 하겠습니다.